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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라면과 민주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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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과 민주주의

                                    - 낙엽


올해 10살이된 첫 아이는 라면을 좋아한다.

둘째도 라면을 좋아하지만 첫째 만큼은 아니다.


주말 어느날

아내가 거실에서 쉬고 있어

내가 점심을 챙겨야 했다.

선택할 수 있는 점심 메뉴가 없다.

나의 유일한 메뉴는 라면이다.


라면을 끓일 때면

뭔가 넣을 것을 무의식적으로 찾는다.

계란, 파, 콩나물, 김치, 마늘 등등


첫째가 건더기 스프 넣는 것을 

싫어하는 줄 알면서도

이번에는 김치를 넣었다.


얼큰한 맛을 기대하면서

네 식구가 넉넉히 먹을 수 있게 6개를 끊인다.


그런데...

그런데...


첫아이가 김치 들어간 라면을 보고는

울기 시작한다.

짜증 섞인 울음이다.

소리도 지른다.

점점 소리가 커진다.


나도 순간 화가 난다.

아이를 밀치듯 먹기 싫으면 방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아이는 방에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는 조용히 운다.

그렇게 라면을 좋아하던 아이인데


이렇게 폭풍우는 잠잠해 지는 듯 했다.

모두 다 조용히 먹는다.


말없이 라면을 먹으면서

민주주의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최근에 어느 모임에 가서

학교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었다.


어렸을 적부터

"밥먹기 싫으면 먹이지 마라"

"몇끼 굶기면 자연스레 먹게 된다."

라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밥은 의례 주는 대로 먹는 것이다" 라는 인식이

머리속에 자리 잡혀 있었다.


그러나

라면 하나 먹으면서

그리고 아이가 그토록 좋아하는 라면을 먹으면서

왜 행복하게 먹지 못했을까?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


아이가 기대한 라면이 아닌

내 마음대로 개조한 라면을 먹으라고 강요한 것은

어쩜 폭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주 먹는 라면도 아니고

주말 어느날

모두가 동의한 듯 기호에 맞춰

먹었던 라면인데


두 가지 잘못이 드러났다.

첫째, 내 마음대로 만든 라면을 먹으라고 강요한 것

둘째, 라면을 만들기 전에 의사를 묻지 않은 것


시간이 흘렀다.

아이는 이불을 걷고 일어나려 한다.


난 아이에게 가서

이야기 한다. 


싫어하는 라면을 먹으라고 해서 미안하다.

라면 만들기 전에 묻지 않아서 미안하다.

다음에는 꼭 물어볼께...


아이는 아무일 없다는 듯

평소처럼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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